<Angry table> 나무에 채색_가변설치와 사운드, 180cm x 80cm, 2016
<My father's hands said> illustration, 50cm x 70cm, 2016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산이야" 그림의 말을 들은 테이블은 존재와 기원에 대해 자각하고 현재의 상황에 분노한다. 내가 그랬듯이...전시공간은 테이블의 기억에서 들리는 소리로 가득차며, 두 작품은 서로 인터렉션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준은 ‘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경력을 이어왔다. 그의 대표작인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순수예술에서 미학의 연구 대상이 되는 미적 체험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으며, 순수예술의 영역으로 불리는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전시가 되기도 했다.
현대 사회에서 디자이너는 예술가와는 달리 결과물의 조형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작업자로 인식되는데, 동시대 학교 제도권 안에서 예술가와 디자이너가 길러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를 양분해서 생각하기란 예술가와 디자이너를 구분하여 정의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이런 교육과정을 겪고 사회에 나와 스스로에게 직업적 정체성을 부여해야 하는 디자이너들은 혼란 조의 의문을 갖기 마련이다. 김영준이 다년간의 활동을 통해 내린 결론은, 문제(활용을 포함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디자이너이고, 문제를 제시하는 쪽이 예술가라는 것이다. 이 전시에서 김영준은 문제를 제시하는 쪽에 섰다.
이번에 선보이는 김영준의 작품은 애니메이션이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처럼, 갤러리 안의 오브제(테이블과 회화작품)들이 관람객의 시각 프레임 안에서 허구의 서사를 만들어 내도록 설치된다. 벽에 걸린 회화작품 <My Father’s Hands Said>가 테이블에게 ‘너의 근원은 산이란다’라고 알려주자 자신이 왜 이곳에 이런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분노하며 저항한다는 이야기이다.
<Angry Table>라는 제목을 가진 이 테이블이 화난 이유와는 다른 이유로 관람객은 화가 난다. 형태는 분명 가구 중 하나인 테이블이 틀림없는데, 그 위에는 서른여 개의 원뿔이 솟아 있어 원래의 기능대로 사용할 수가 없는 아주 쓸모 없는 테이블이기 때문이다.
기획자는 (제도적으로나 미적 체험의 면에서나) 예술의 영역에 서도 어색하지 않은 디자이너가 기능을 완전히 제거한, ‘쓸모 없는’ 작품을 들고 갤러리에 들어왔을 때 과연 관람객들은 과연 화가 날 것인가, 궁금하다.
2016 KT&G 상상마당 현대예술 기획전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사다리 The ladder of Arists & Designers>